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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동향] 탄핵 정국 ‘대통령 권한대행’ 교육부, 국정 혼란 막았지만… 대학 정책은 멈췄다

작성일
2025.12.08
수정일
2025.12.08
작성자
산학협력단
조회수
9


파일 링크: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7022





탄핵 정국 ‘대통령 권한대행’ 교육부, 국정 혼란 막았지만… 대학 정책은 멈췄다


지난해 비상계엄에 이어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5개월, 우리나라 교육 행정은 사실상 정지됐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직무가 중단되면서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넘어가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교육부는 본연의 대학 정책보다 국정 안정에 역량을 투입해야 했다. 대학재정, 학사제도, 글로컬대학30·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 등 정책이 줄줄이 멈췄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은 교육계에도 대학 행정 공백이라는 전례가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서 배제된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잇따라 사퇴하거나 직무 정지를 통보받으면서 의사결정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

탄핵 국면 이후 4개월 남짓 지난 올해 5월에는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 서열에 따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을 총괄하는 상황까지 왔다. 교육·대학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이 갑자기 국정 운영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국가 비상상황 대응, 전 부처를 조정하는 국무회의, 안보 현안 대응, 경제 관련 긴급 논의 등 평소 담당하지 않던 업무까지 반강제로 떠안게 됐다.

당시 교육부 국장급이었던 핵심 관계자 A씨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그때는 총리실과 대통령실을 합친 역할까지 해야 했었다”며 “탄핵 이후 국정 혼란 상황이 몇 달간 이어졌을 때라 교육부가 평소 처리해야 할 대학 정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어서 내부에선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만 하면 금방 된다(혼란 상황이 끝난다)는 말로 서로 격려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핵심 업무가 제때 결재되지 못하고 후순위로 늦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탄핵 정국의 혼란이 고등교육 정책·행정까지 후폭풍을 몰고 왔다”고 덧붙였다.

■ 대학 현장 “체감상 석 달간 행정 멈춘 느낌” = 대학 현장에서 체감하는 혼란은 생각보다 더 컸다. 당시 최대 교육 현안이었던 의과대학 정원 조정과 이에 반발해 휴학 등 단체행동으로 맞섰던 의대생들에 대한 후속 조치 등 시급히 해결돼야 할 주요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교무처장 보직이었던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 B씨는 통화에서 “국가 전체가 정치적 충격에 휘말린 상태여서 교육부가 대학 정책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때”라면서도 “체감적으로는 거의 석 달간 정책 결정이 아예 멈춘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당시 확실한 일정대로 처리될 필요가 있었던 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복학·유급 등 업무들이 들쑥날쑥 불규칙해 대학 입장에서 의대 현안 대응에 상당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글로컬대학, 라이즈(RISE)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힘들어져서 재정 계획도 다시 짜고 조직 개편도 재검토했었다”고 말했다.

탄핵 국면 이후 정권 교체 쪽으로 국민 여론이 향하면서 고등교육 개혁과 관련한 주요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학과 통폐합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차기 정권에서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과 라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 교육부 內 정권 교체 분위기서 고등교육 정책 힘 빠져 = 특히 교육부 내부에서도 정권 교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던 탓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관료사회 내부에 퍼진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교육부 핵심 관계자 A씨는 “누가 보더라도 윤석열 정권은 끝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하던 핵심 고등교육 정책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조직은 정권 교체 시기마다 특유의 신중함이 조직을 움직인다. 새 정부가 들어올 때까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결정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비상사태에서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가능성을 열어둔 당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의 연속성·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교육정책 특성상 교육부 장관은 국정 운영이나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부 고위공무원 출신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는 교육부가 부총리 부처에서 제외됐지만 당시 시스템이 유지됐다면 정권 위기가 발생하면 교육정책이 중단될 수 있는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 했다는 의미”라며 “교육부 장관 1명이 거의 모든 교육정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집권적 현 시스템은 더욱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가교육위원회 등 교육부 권한을 명확히 분산하거나 OECD 주요국처럼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며 “교육정책은 5년 주기로 바뀌는 정치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대학 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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